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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테크놀로지] 노트북, 수퍼컴 변신!

평범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칩 하나에 수퍼컴 기능 집어넣는 기술 개발

핵심 연산장치 ‘코어’ 수백~수천개를 칩에 집약
데이터 전송은 전자대신 빛으로… 열 문제 해결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7.12.20 00:53 / 수정 : 2007.12.20 04:18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먼저 냉장고 문을 연다. 그 안에 코끼리를 집어넣는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닫는다. 그렇다면 노트북을 수퍼컴퓨터로 만드는 방법은? 컴퓨터 칩 제조사들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듯, 수퍼컴퓨터를 구성하는 수많은 연산장치를 칩 하나에 집어넣으면 된다는 해답을 내놓고 있다. 바야흐로 ‘칩 위의 수퍼컴퓨터(supercomputer on a chip)’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자 대신 빛으로 정보전달

수퍼컴퓨터는 수천 개의 연산장치가 복잡한 구리선으로 연결돼 있는 형태다. 구리선의 총 길이만 수㎞에 이른다. 넓은 사무실 한 층이 가득 차며 전력사용량도 수백 가구가 사용하는 양에 맞먹는다. 전기신호가 흐를 때마다 구리선에서 엄청난 열이 발생해 따로 냉방장치를 돌려야 할 정도다.

지난 6일 IBM은 이런 ‘열 덩어리 코끼리’를 노트북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앙처리장치(CPU) 내 핵심 연산장치인 ‘코어(core)’ 수백~수천 개를 칩 하나에 집어넣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칩 제조사들은 하나의 CPU에 코어를 여러 개 넣고, 각각의 코어들이 ‘미니 CPU’의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컴퓨터 속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칩 하나에 코어를 수천 개 집어넣을 수 있다면 칩 자체가 수퍼컴퓨터에 맞먹을 수 있게 된다.


  • 그렇지만 코어 수가 늘어나면 구리선도 늘어나고 그에 따라 엄청난 열이 발생하게 된다. IBM은 이 문제를 ‘빛’으로 해결했다.

    칩에서 정보는 전자의 흐름으로 표현된다. 전자가 흐르면 ‘1’, 끊어지면 ‘0’인 식이다. IBM은 전자광학 변조기(modulator)로 이런 전자신호를 빛의 흐름인 광(光) 펄스로 바꿨다. 즉 코어 사이에 흐르는 데이터를 전자 대신 빛으로 바꿔 구리선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구리선이 없어지면 코어를 아무리 촘촘하게 연결해도 열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IBM은 광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옵티컬 익스프레스(Optical Express)’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에 들어가는 코어 9개짜리 ‘셀(Cell)’ 칩에서 구리선 없이 빛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레이저 여닫는 셔터가 핵심

    변조기는 아주 빠른 카메라 셔터 역할을 한다. 만약 1에 해당하는 전자신호가 들어오면 그때 셔터를 열어 레이저를 통과시키고, 0이 들어오면 재빨리 셔터를 닫는다. IBM은 나노 기술을 이용, 이 변조기를 기존의 1000분의 1 크기로 줄여 칩 위에 구현했다.

    빛을 이용하면 구리선을 이용하는 기존 제품보다 100배나 빠르고 전력사용량은 10분의 1로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IBM은 이 기술이 발전하면 노트북 크기의 수퍼컴퓨터를 전구 하나 켜는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구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빛이 전자보다 더 빨리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것은 깜빡이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광통신은 과거 봉홧불로 소식을 전하는 것과 원리가 같다고 볼 수 있다. 봉홧불이 켜지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으로 알듯, 광통신도 결국 빛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것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 변조기(가운데 검은색)의 앞에서는 레이저가, 왼쪽에서는원래의 전자신호가 들어온다. 1에 해당하는 전자신호가 들어오면 레이저를 통과시키고, 0이 들어오면 차단한다. 이에 따라 레이저가 비친 반대쪽으로 0과 1에 해당하는 광 펄스신호가 전달된다. /IBM제공

  • 다만 봉화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켜지는 데 반해 광통신의 빛은 1초에 20억번씩 켜지고 꺼진다는 점만 다르다. 1기가 비트의 속도다. 반면 전자의 흐름을 이용하는 기존 랜선은 100메가 비트로 1초에 2억번 정도 0과 1을 반복하는 데 그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황승상 박사는 “실험실에서는 광통신이 10기가 비트의 전송 속도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빛의 파장을 분리하면 한 번에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퍼컴이 칩 하나에
  • 칩에 미니 CPU인 코어 80개를 타일처럼 이어붙인 테라플롭스칩. 초당 1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인텔 제공


  • 기존 방식대로 칩 위의 수퍼컴퓨터를 구현한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인텔은 하나의 칩에 코어 80개를 타일처럼 붙여서 1테라플롭스(teraflops, 1초에 1조번 연산)의 속도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테라플롭스 칩’이다. 수퍼컴퓨터가 1테라플롭스의 벽을 넘은 것은 1996년 인텔의 ‘아스키 레드(ASCI Red)’가 처음이다. 아스키 레드는 약 200㎡의 방을 차지하고 50만 와트의 전력을 소비했다. 이것이 10년 만에 손톱만한 칩으로 들어간 것이다.

    테라플롭스 칩은 80개의 코어를 한데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가전기기와 마찬가지인 불과 62와트의 전력만 소비한다. 비결은 코어들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하는 데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CPU는 한 번 연산을 한 뒤, 그 결과를 이용해 다시 연산을 하는 순차적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테라플롭스 칩은 수퍼컴퓨터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여러 연산을 하는 ‘병렬 작업(parallel processing)’을 한다. 인텔은 이 과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코어는 자동 절전모드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전력소비량을 줄였다.

    테라플롭스 칩은 데이터 양이 엄청난 의료 이미지 처리나 실감 나는 비디오 게임·화상통신, 실시간 문장인식 등에 이용될 수 있다. 물론 순차적 연산에 맞춰 개발된 지금의 소프트웨어를 병렬 작업이 가능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인텔의 저스틴 라트너(Rattner) 최고기술책임자(CTO)는 “5년 이내에 테라플롭스 칩 컴퓨터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퍼컴퓨터’ 코끼리가 ‘칩’ 냉장고 안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다.

  • IBM은 칩에서 전자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험에 성공했다. 변조기 한 쪽에선 레이저가 들어오고 그 수직 방향으로는 원래의 전자신호가 들어온다. 변조기는 만약 1에 해당하는 전자신호가 들어오면 그때 셔터를 열어 레이저를 통과시키고, 0이 들어오면 재빨리 셔터를 닫는다. 이에 따라 레이저가 비춰진 반대쪽으로 0과 1에 해당하는 광 펄스 신호가 전달된다. 빛을 이용하면 구리선이 필요없게 돼 칩에 수많은 코어(핵심 연산장치)를 집적해도 열이 나는 문제가 없다. 수천 개의 코어가 칩에 집적되면 슈퍼컴퓨터와 같은 연산능력을 갖게 된다. 이른바 칩 위의 슈퍼컴퓨터다. /IBM 제공= 이영완 기자
    • IBM은 칩에서 전자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실험에 성공했다. 변조기 한 쪽에선 레이저가 들어오고 그 수직 방향으로는 원래의 전자신호가 들어온다. 변조기는 만약 1에 해당하는 전자신호가 들어오면 그때 셔터를 열어 레이저를 통과시키고, 0이 들어오면 재빨리 셔터를 닫는다. 이에 따라 레이저가 비춰진 반대쪽으로 0과 1에 해당하는 광 펄스 신호가 전달된다. 빛을 이용하면 구리선이 필요없게 돼 칩에 수많은 코어(핵심 연산장치)를 집적해도 열이 나는 문제가 없다. 수천 개의 코어가 칩에 집적되면 슈퍼컴퓨터와 같은 연산능력을 갖게 된다. 이른바 칩 위의 슈퍼컴퓨터다. /IBM 제공= 이영완 기자

기사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2/20/20071220000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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